오래된 배로 만든 의자, 낡은 집으로 만든 식탁, 매터앤매터

삼성디자인멤버쉽에서 처음 만난 이석우와 송봉규는 소위 ‘잘나가는’ 대기업을 다니다 뛰쳐나와서, 산업 디자인과 디자인 컨설팅을 겸하는 swbk를 설립했다. swbk는 두 디자이너의 영문 머리글자를 조합한 이름. 산업 디자이너지만 제품 생산만이 디자인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이 패기만만한 두 남자는 2011년 4월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가구 브랜드 매터앤매터를 공개했다.

도전! 제품 디자이너의 가구 만들기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가구를 만들고 싶은 강렬한 욕망이 있어요. 더구나 산업 디자이너에게 가구는 하나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이 시대의 디자인과 기술력이 집약되는 아이템이거든요. 디자이너의 개성을 보여주기에 가장 편리한 오브제이기도 하고요.

두 사람은 전자 제품 디자인이나 아파트의 하드웨어 디자인 전략 등 클라이언트 작업에 지칠 때면 짬짬이 의자나 테이블을 스케치했다. 디자인은 있는데 막상 이걸 만들어줄 제조업체가 없는 상황. 항상 주어진 남의 일만 하다가 능동적으로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다. 디자이너 swbk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매터앤매터라는 가구를 통해 주체적으로 들려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그렇게 샘플만 들고 기대 없이 나간 전시였는데,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하지만 확실한 반응이 일었다. 두 달을 기다려야 한다고 해도 주문하는 소비자가 있었던 것. 가구 안 팔리면 그대로 접으려 했는데 그럴 수 없게 됐다.

인도네시아 장인과 서울 디자이너의 만남

한국의 어느 가구 제조업체 소개로 인도네시아 공장을 우연히 알게됐다는 swbk. 나무가 풍부한 인도네시아에서는 나무 관련 산업이 한국의 IT 산업만큼 중요하다. 그곳에서는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나무 관련 직업에 종사하는 게 일반적이다.

인도네시아 오지에 있는 공장에 처음 갔을 때 마침 점심시간이라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어요. 너무 작은 공장이라 이곳에서 가구를 어떻게 만드나 싶었는데, 식사 마치고 ‘난닝구’ 차림으로 온 10여 명의 사람이 차례차례 작업대에 앉아 일을 시작하더라고요. 기계가 있어야 할 자리에 사람이 있었습니다. 나무 재단하는 사람, 조립하는 사람, 사포질하는 사람, 니스칠하는 사람… 이런 식으로 수작업이 분업화된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서울에서 그려간 도면이 실제 제작 과정을 거쳐 가구가 되기까지 숱한 시행착오가 있었다. 현장에서 인도네시아 장인들과 의자 다리나 등받이를 자르고 붙이는 과정을 거치면서 1cm씩 수정해나가는 방법밖에 없었다. 앉는 순간부터 사람의 등과 엉덩이, 허벅지로 전해지는 안락한 수치를 찾기 위해 이 지난한 협업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일상에서 매일 사용해야 하는 의자는 일단 편안해야 하니까. 그리고 바로 이러한 협업의 과정이 목수와 디자이너를 겸직하는 소규모 가구 공방들과 매터앤매터가 차별되는 부분이다.

매터앤매터는 수작업일지언정 대량생산하는 산업 가구를 지향합니다. 물론 아직은 소규모로 생산하고 있지만요. 다른 소규모 가구 브랜드가 장인 정신을 가지고 직접 제작하는 것과 다릅니다. 어느 게 좋고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문화나 산업적으로 다양한 가구 브랜드가 공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재료에서부터 출발한 가구

‘매터앤매터’라는 이름은 ‘근원적인 재료에 대한 이야기’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들의 가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재료다.

디자인에서 형태의 매력이 다소 즉흥적이고 표면적이라면, 재료의 매력은 좀 더 내면적이고 깊숙한 곳에 있어요. 금괴는 99.99% 순수합니다. 그 순수함에서 재료가 가진 본래의 매력과 존재감이 생겨나지요.

나무 선박, 목조 가옥 등 인도네시아의 오래된 목재를 써서 만든 매터앤매터의 가구는 오랜 세월 거친 풍파를 견딘 재료에서 나오는 존재감이 대단하다. 군데군데 움푹 팬 구멍, 여기저기 벗겨진 페인트 자국 등을 가만 보고 있노라면 지금은 가구가 되어 있는 이 나무가 온몸으로 살아온 이력이 궁금해질 정도. 이 이력은 그대로 나무에 사연을 더해준다.

매터앤매터를 처음 시작할 때 뚜렷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한 건 아니었어요. 시대와 관계없이 언제나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구이기를 막연히 원했습니다. ‘심플하다’ ‘담백하다’ 이런 표현보다 조금 더 본질적인 것에 다가가려 했습니다. swbk 철학이라고 말하기엔 민망하지만 swbk는 오리지낼리티가 있는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이를 가구에 그대로 반영하려 했어요.

매터앤매터의 가구는 얼핏 보면 기존에 흔히 보아왔던 가구의 전통을 그대로 따르는 것 같다. 그러나 익숙한 디자인을 자세히 살펴보면 역삼각형 모양의 다리를 강조해 날렵하고 가벼운 느낌을 의자나 테이블 등에 통일감 있게 준 걸 알 수 있다. 이 미세한 차이가 매터앤매터 가구의 특징을 만들어낸다.

매터앤매터는 가구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백만 원짜리 가방은 가끔 사는데, 백만 원짜리 식탁은 아직 힘들어해요. 가구는 잘 관리하면 평생 사용할 수 있는데 말이죠. 사실 을지로 가서 저희 카피 제품을 사려는 분도 많아요.

가끔 해외 유명 디자이너의 제품도 아닌 매터앤매터의 의자를 그대로 카피한 제품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물론 오래된 나무를 사용하지는 못하고, 싸구려 아카시아 집성목으로 만들어 칠을 해서 억지로 낡은 것처럼 꾸민다. 디자인뿐 아니라 안내서까지 그대로 모방해서 팔고 있을 뿐 아니라, 뻔뻔하게 디자인 페어에도 나간다. 변리사를 통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디자인 베끼기 문제 때문에 분통 터질 일도 당했지만, 결국 중요한 건 오리지널리티라는 걸 알았습니다. 가구 품질을 유지하면서 천천히 관심사를 넓혀가려고 해요. 매터앤매터 게스트하우스, 매터앤매터 다이닝이 생길 수도 있어요. 매터앤매터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건 결국 가구가 아니라 어떤 삶의 방식 같은 거예요. 조만간 도예 디자이너 다니엘 조와 협업한 매터앤매터 그릇도 선보이려 합니다.


글 임나리 · 사진 김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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